[야미진]어서와.

덥다. 고 느껴졌다. 눈을 뜬 유우기는 몇 번 눈을 깜빡였다. 건조한 모래알이 잔뜩 굴러다니고 있는 사막의 한 가운데였다.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. 분명 늙어 힘이 없는 몸인데도 어디에서 기운이 나는 건지 발걸음이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. 오히려, 조금씩 빨라졌다.

유우기는 기억하고 있다. 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세계였다. 비록 그 때는 기억속의 세계였지만 지금은 달랐다. 자신은 그 때처럼 날 수 없고, 이 더위 역시 실존했다. 그리고 조금 더 걸으니, 언덕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마을이 보였다. 걸음이 조금 더 빨라진다.

마을사람들은 자신과 현저히 다른 옷을 보고 고개를 돌려 이목을 한 번에 받았지만 이내 관심이 없다는 듯 저마다 할 일을 했다. 전에는 굳게 닫혀 타인을 허용하지 않았던 거대한 문 역시 그를 어렵지 않게 맞았다. 들어온 때부터는 아예 달리기 시작했다. 가끔 눈에 들어오던 은색의 머리카락이 금빛을 띠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이미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. 그가 신경 쓸 것은 지금 차오르려는 눈물을 억눌러 참는 것 뿐이었다.
만약 여기가 지금 자신이 생각하는 그 곳이 맞고, 그가 이 곳에 있다면, 당연히 그는 웃는 얼굴로 찾아오는 게 맞으니까.

다시 한 번 거대한 문이 유우기를 잠시 막았다가, 비켜주었다. 열리는 문 너머에 익숙한 형상이 보인다. 유우기는 아예 달렸다. 계단 위에 서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, 그 때와 바뀐 게 하나도 없었다. 심지어 두 사람의 결속을 나타낸 천년 퍼즐까지.

"어서와, 유우기. 기다리고 있었어."

웃으려 했는데 결국 울음이 터져나오고 말았다. 잔뜩 뭉개진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부르는 유우기의 모습은 아템과 너무나 닮은 그 때 그 모습이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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8월 7일 얄(@yousay_me )님에게 드린 연성입니다^p^백업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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